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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정신을 다잡기 위해 팔봉산에 오르다 사색에 잠겼던 적이 언제였는지...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려 했고, 복잡한 일이 있어도 일부러 피하다 보니 점점 단순해지고, 깊이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는데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현실 그 모든 일들을 감당하려니 너무 버겁고 지쳐 있었나 보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사색하며 천천히 팔봉산에 올랐다. 누구와 같이 발맞출 필요가 없으니 온전히 내 자신과 호흡하며 한발 또 한발 출발할 때 잔뜩 울상이던 하늘이 2봉에 오르니 거짓말처럼 활짝 열린다. 하늘도 우울해 하지 말라고 맑은 하늘을 선물하나 보다. 답답했던 가슴도 조금 뚫리는 것 같다. 황금들녘을 바라보며 삼각대를 펼쳤다. 산에 오를 때 삼각대를 챙기지 않는데 홀로 걷는 산행이라 챙기고 싶었다. 카메라를 켜니.... 아뿔사~~~ .. 더보기
아산 영인산 산행다운 산행은 언제 했던가... 보이는 모든 자연 친구들과 눈 맞춤 하며 걷다 보면 몇 발자국 못 걷고 주저앉게 된다. 한번쯤은 제대로 땀을 흘리며 걷고 싶었다. 50-60대 충청도 등산모임(여자만) 이란 밴드가 눈에 들어왔고, 여자만이라는 글과 50-60대라는 제목이 맘에 들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끼리 운동도 하고 수다도 떨고 그렇게 추억을 쌓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아 가입을 하여 첫 동행 아산 영인산에 올랐다. 처음 만나는 아줌마들이지만 낯설지가 않고 아줌마들의 특기 거침없는 입담과 용기에 영인산에 웃음꽃이 울려 퍼졌다. 천천히 걷는 것은 얼마든지 걷겠는데 나의 체력이 이 정도 바닥이었나 싶을 정도로 산행 수준은 꼴찌였다. 그래도 같이 발맞춰 걸어주는 배려가 있어 모처럼 즐거운 산행을 하.. 더보기
가야산 철쭉(?) 산행 녹음이 짙어져 가는 봄 가야산 그 길을 오랜만에 걸었다. 진달래는 모두 지고 기대하지 않았던 철쭉이 절정이다. 새순이 올라오는 나무들 이름을 불러주려는데 어디서 많이 본 아이인데 빨리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주나무, 물푸레나무, 까치박달나무, 쪽동백, 팥배나무.... 그 이름들을 다시 불러주며 천천히 그 길을 걷는다. 족도리풀에 족도리도 흔하게 만났던 그냥 족도리와 다르게 뒤로 말려 젖혀 있고, 족도리도 작은 편인데 깊이 파고들기 귀찮아서 그냥 무시하련다. 각시붓꽃, 개별꽃, 큰개별꽃... 꽃들과도 잠깐씩 인사를 한다. 싱그러운 산 빛에 어울리게 유난히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였던 가야산 가야봉과 석문봉 다녀오는데 걸린 시간이 4시간이다. 해도 해도 너무 천천히 걷는 산행이지만 이렇게 걸을 수 있.. 더보기
대둔산 생이대 다시 뭉쳤다. 산행 파트너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이 너무 맞아 철이 없는 철. 딱. 서. 니 1년에 4번 정도는 함께 산행을 하자고 했지만 두 번으로도 충분하고 감사하다. 대둔산 생이대 코스를 먼저 다녀온 그녀가 등반대장이 되기로 하였다. 새벽 5시 서산에서 출발하여 태고사 광장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안 된 시간 이미 아우들은 벌써 도착하여 주(?)식 중이다. 그녀가 태고사는 가보고 싶다고 한다. 원효대사가 태고사 절터를 발견하고 너무나 기뻐서 3일 동안 춤을 추었다고도 하니 그곳이 궁금하기도 했다. 절 풍경은 그저 그랬는데 올려다 본 산 그림은 원효대사가 반할만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고사를 가볍게 둘러보고 내려와 등산로에 들어서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 앞으로 5년은 충.. 더보기
황금산 코끼리바위 육산 보다는 돌산을 좋아했던 지난날들 바위만 보면 오르고 싶은 충동에 위험하다고 말려도 기어이 오르고야 말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바윗길을 외면하고 우회하기 시작했고, 어쩌다 바위에 오르면 벌벌 떨기까지 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젊어진 것인가...^^ 바위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지고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진다. 물론 위험한 바위는 아니지만 깡충깡충 뛰어 오르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만 했다. 평길 만보를 걷는 것 보다 그렇게 바위를 오르고, 자갈길을 걸으니 온 근육을 다 쓰게 되고 운동은 배가 되는 것 같다. 마음도 즐겁고, 몸도 건강해지고 다음 바닷길은 어디를 걸어봐야 하나... 2023. 2. 25(토) 친구 숙이랑 더보기
가볍게 오른 가야봉에서... 쓸쓸한 겨울 산길 가볍게 운동 삼아 걷기로 했다. 같이 보폭을 맞출 수 있는 산행 파트너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2시에 약속이 잡혀 있어 짧게 오를 수 있는 가야봉으로 향했다. 중계탑 앞에는 바람이 만들어 낸 상고대가 살짝 피었는데 몸을 날려버릴 것 같아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 가야봉 정상에서 석문봉쪽으로 짧게 상고대가 핀 구간이 있어 삭막한 겨울 산길에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이슬을 머금은 이끼에도 감동을 하고 눈 맞춤 하는 놀 줄 아는 아줌마들...^^ 내가 감동하고 내가 만족하면 그것이 곧 나만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내가 그곳에 있었으매.... 내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으매... 2023. 2. 19(토) 야촌님과 함께 더보기
15년 전 추억 따라 다시 찾은 신선대 발 빠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나에겐 부담이다. 지칠 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산행 또한 나에겐 부담이다. 종주산행을 수도 없이 해 왔던 P.M 무서운(?) 님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지금 내가 그 무서운(?) P.M 팀들과 합류하여 금북정맥 줄기를 걷고 가야산 줄기를 걷고 있지 아니한가... 이 또한 무서운 일이다. 나도 무서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 2008년 1월 5일 산행 일기 중 일부 - ..... 옛 추억을 회상하며 15년 만에 그 길을 다시 걷는데 짧게 신선대만 오르는데도 힘이 들다. 누가 보면 설악산이라도 오르는 줄 알겠다고 얘기하며 웃었다. 풍경이 좋아 신선이 와서 놀았다는 신선대에 올라 우리가 여기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사진을 남긴다. 왔.. 더보기
덕유산에 잠시 머물다 주말에 덕유산 눈, 비 소식이 있었으니 월요일쯤엔 습도가 있고, 기온이 떨어진다고 하니 상고대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디든 가자고 하면 오케이 응해주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덕유산 입구에 도착하여 산 위를 올려다보니 하얀 눈꽃이 장난이 아니다. 오늘 날씨도 좋고 대박이겠구나 생각을 하며 마음은 조급해 지는데 곤도라 운행은 10시 부터란다. 왕복 2만원씩 받으면서 10시에서 4시까지는 너무 비싸다. 조금만 일찍 운행을 해주면 좋으련만... 설천봉에 도착하니 눈도 상고대도 보이지 않고 운해만 가득하다. 그런 풍경을 처음 보는 친구는 운해 가득한 풍경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저 산 아래 작은 산들은 하얗게 상고대가 피었는데 높은 덕유산.. 더보기
2023년 1월 1일 가야산에서 그림을 그리다. 새해 첫 날 새벽 일출을 보는 것 보다는 천천히 산길을 걷고 싶었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니 굴뚝새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굴뚝새가 있을 것 같다고 얘기를 하는데 거짓말처럼 굴뚝새가 나타났다. 처음엔 소리에 반응을 하더니 속았다고 생각했는지 약만 올린다. 발길이 닿지 않은 등산로 옆에는 허리만큼 눈이 쌓여 있다. 그림 솜씨가 좋은 그녀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마다하지 않고 쓱싹쓱싹 스틱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정말 그 솜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붉은점모시나비의 붉은점은 빨간 열매로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에 또 그려달라고 해야지.^^ 꽃, 나비, 토끼, 상어, 얼굴.... 뭐든지 쓱싹 그려낸다. 그렇게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찍고 깔깔 웃으며 오름길을 오르다 보니 석문봉 .. 더보기
12월 24일 도비산 산행 시대에 따라 나의 유혹 포인트는 변해왔다. 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다가 작은 들꽃에 반하여 틈만 나면 꽃을 찾아다녔고, 그러다 나비에게 꽂혀 한라에서 백두까지 나비를 찾아 달려가곤 했는데 그 생태까지 어느 정도 알고 나니 새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새에 대한 열정은 꽃과 나비를 찾아다닐 때처럼 뜨겁지는 않은 것 같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연속인 요즘 출근할 때 말고는 웬만해서는 외출을 하지 않고 아파트 내 헬스장을 찾는 것이 전부다. 의정부에 부채꼬리바위딱새가 찾아 왔다고 정보를 알려주는데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예전에 암. 수를 모두 만나기도 하였고, 이 강추위와 싸우면서 그 아이를 만나러 달려갈 만큼 열정이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단톡방에 “내일 산에 가실 분?” 유혹의.. 더보기
가을 산행 황매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산 문득 황매산이 떠올랐고 우리는 그렇게 황매산으로 결정을 하여 계획을 잡았다. 황매산 주차장이나 그 중간쯤에서 만나 동행을 하여도 되었는데 착한 아우가 안산에서 서산까지 모시러 온다고 하니 미안하고 감사하다. 12시 30분에 일어나서 산행 준비를 하고 출근했다가 4시에 우리집 앞까지 모시러온 아우 차를 타고 황매산으로 출발 한라산 백록담, 설알산 대청봉, 민주지산, 지리산 천왕봉.... 좋은 산은 모두 동행하여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기에 황매산도 우리를 실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7시 30분 정상 주차장(오토제1캠핑장) 도착하여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살랑살랑 바람 따라 산행 시작 사진에서 만났던 풍경 보다 훨씬 아름다운 산 사진으로 다 표현이 되지 않는 아름다움 .. 더보기
추석날 오후 가볍게(?) 오른 가야산 추석날 오후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가장 만만하면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가야산을 향했다. 처음 계획은 임도만 살살 걷다가 올 생각이었는데 내 발길은 원효봉을 오르고 있었고, 나의 체력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느껴야 했다. 그렇게 관리를 하는데도 오름길에서는 천근만근이니... 다시는 혼자 원효봉은 오르지 말아야지....^^ 시야가 보이고 가야봉과 석문봉이 조망되자 가슴이 확 트인다. 빨갛게 익은 대팻집나무 열매도 정열적으로 보이고 싸리 꽃에 암끝검은표범나비 수컷과 물결부전나비도 반가웠고, 세상에 치여 다치고 찢긴 몸을 통통 거리며 다가오는 시골처녀나비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하는구나... 잠시 머문 그 시간 힘든 만큼 즐거웠다. 2022. 9. 10 대팻집나무 열매 암끝검은표범나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