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잠깐씩 동네 돌아보기 어쩌다 보니 며칠 동네를 다니며 담아온 사진들이폴더 안에서 그대로 잠자고 있었다. 건강해야 의욕도 생기고미뤄둔 일에도 손이 가는 법인가 보다.장염으로 며칠 고생하고 나니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다시 기력을 회복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머릿속도 비어 버렸다. 그래도 폴더 속 사진들은 어디 가지 않고내가 다시 들여다봐 주기를기다리고 있다. 더보기 8월 9일 강원도에서 영월 나비 탐사 나는 ‘덕분’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나도 누군가의 덕분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도 나의 덕분이 되어준다. 길눈 밝고 기억력 좋은 그녀 덕분이기도 하고, 남들보다 먼저 무언가를 발견하는 눈 밝은 그녀 덕분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잠을 마다하고 주먹밥을 준비해 온 그녀들, 발품을 팔아 귀한 정보를 건네준 그분도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좋은 탐사란 좋은 곳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덕분’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많은 덕분에 오랜만에 마음까지 쉬어가는 탐사를 했다. 더보기 혹시나(왕나비) 연일 36도를 웃돌던 서산의 여름은 숨을 고르는 일조차 버거운 폭염이었다.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르는 열기를 뒤로한 채, 하얗게 밤을 태우며 새벽길을 달려 운두령고개에 닿았다. 세 시간 남짓의 달리기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준 것은 산바람이었다. 섭씨 25도 안팎의 선선한 공기가 산등성이를 넘어오는데, 한여름 한가운데 서 있다는 사실조차 아득해졌다. 왕나비를 만나러 온 길이었지만, 운두령은 나비보다 먼저 서늘하고 청량한 여름 한 조각을 선물해 주었다. 임도를 몇 번이나 오르내렸지만 정작 만나려 했던 왕나비는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음을 비웠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등골나물 곁을 지날 때마다 시선은 자꾸만 그곳에 멎었다. 왕나비가 유난히 좋아하는 꽃이라는 걸 이미 .. 더보기 오전이 선물한 시간 오전 시간이 허락된 날,삼준산 임도를 달렸다.임도 초입,층층이꽃에서 꿀을 빠는 남방노랑나비.그림이 너무 예뻐차 안에서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예쁘기도 하네."혼잣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는데이번에는 청띠신선나비가내 차 앞에 내려앉아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잠시 눈을 맞춰주었더니만족한 듯 사라진다. 다시 천천히 이동해큰괭이밥 골을 지나는데먹그림나비 일곱 마리쯤바닥에 내려앉아 있었다.오늘 막 출현했는지날개에 오묘한 광택이유난히 아름답다.한 프레임에 모두 담을 수는 없었지만유독 두 마리는늘 함께였다.내 손에도 거부감 없이 올라와한참을 함께 놀아준다. 돌아오는 길,홍점알락나비가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짧은 오전이었지만요즘 출현하는 나비들을모두 만난 듯한 시간.흑백.. 더보기 덕산 임도에서 힐링의 시간 오후에만 시간을 낼 수 있었던 평일과 달리오늘은 덕산 임도에 아홉 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다. 제일 먼저 흑백알락나비가 인사를 건넨다.먼저 출현해 실컷 만난 녀석이라오늘은 반가움보다 익숙함이 먼저였다. 푸른큰수리가 나타나면 좋아할 것이라 점찍어 두었던 산초나무에는큰줄흰나비와 암검은표범나비 수컷이 한가롭게 날고 있었다. 임도를 걷는 내내흑백알락나비는 자주 모습을 보였지만혹시나 기대했던 대왕나비 암컷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홍점알락나비는 처음엔 까칠하게 굴더니이내 마음을 풀었는지오랫동안 곁을 내어주었다. "먹그림나비도 나올 때가 됐는데 이상하네." 그렇게 이야기하며 탐사지를 옮겨 천천히 달리던 순간,내 눈과 딱 마주친 먹그림나비. 얼마나 살갑던지그녀 손과 팔, 옷에 내려앉고,내.. 더보기 뜨거운 날의 늦은 오후 탐사 비가 조금 더 내려주었으면 좋겠다.32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이 이어진다. 바람 불고 흐린 날에는축축한 임도까지 내려오던 나비들도타들어 가는 햇살을 피해깊은 그늘 속으로 숨어버렸다. 어제는 일락산 임도,오늘은 팔봉산 임도. 나비의 그림자를 따라천천히 임도를 걸었다. 암검은표범나비 암컷,참나리 위 왕자팔랑나비,큰줄흰나비 짝짓기 두 쌍. 줄나비류 여러 마리와흑백알락나비, 줄점팔랑나비. 먹그림나비는잠시 내려앉았다가바람처럼 사라졌고, 왕오색나비와 홍점알락나비는높은 나무 위에서자신의 자리를 지킬 뿐끝내 내려오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나비를 많이 보여준 날이 아니라, 너무 뜨거운 날에는나비도 그늘을 찾아날개를 접는다는 것을가르쳐 준 날이었다. 2026. 7. 25 더보기 잠깐씩 둘러 본 동네 아이들 잔뜩 흐린 하늘.전날 내린 비에임도는 아직 축축하다. 이런 날 무슨 나비가 있으랴.드라이브 삼아 삼준산 임도를 올랐다. 천장사 사거리 공터정자 위에먹빛 한 점세상 나온 첫날부터 험한 일을 겪었는지 날개가 찢겨 있다. 정자위에 앉았다 내 양산 위에 내려앉더니떠날 생각이 없다. 화개사까지 올랐지만 특별한 나비는 보이지 않고 바둑돌부전나비 한 마리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2026. 7. 22 오늘도 역시흐리고 바람이 분다. 산수리 쪽을 둘러볼까 했는데차는 어느새일락산 임도를 달리고 있다. 왕나비를 처음 만났던 그 길.늘 궁금했던 곳이지만오늘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날씨다. 길이 막힌 곳까지천천히 달리는 동안나비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그렇구.. 더보기 뾰족부전나비 만나러 비가 내린다. 일을 마치고우산 하나 의지한 채목장길로 들어선다. 비를 피해 숨었을뾰족부전나비 잠시 햇살만 비쳐 준다면젖은 날개를 펼칠지도 모른다는기대로한 걸음, 또 한 걸음. 뾰족부전나비 만나러 가는 길밤새 비를 품은 원추리 하나 햇살보다 먼저 내 발길을 붙잡는다. 저 꽃 위에 어떤 나비든 잠시 내려앉아 주면 좋겠다. 어느 게 잎이고어느 게 나비인지 빗물 머금은 잎 끝에작은주홍부전나비잎이 되어 앉아 있다. 푸른부전나비 하나내 발목을 붙잡는다 옷소매를 거쳐손등으로손가락 끝으로 "나랑 먼저 놀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꼭 만나야 할친구가 있으니까. 드디어 만났다. 오늘의 주인공뾰족부전나비 비가 그치고잠시 햇살이 비추자젖은 날개를 말리려는 듯조심스레 .. 더보기 7월 19일 동네 탐사 원래는 여수 탐사 일정이 잡혀 있던 날이었다. 아래쪽은 비가 오락가락하고,우리 지역은 날씨가 좋아 가까운 동네를 돌아보기로 했다.어제 잠깐 인사만 하고 사라진 대왕나비도 다시 보고 싶고,깨끗한 왕오색나비도 만나고 싶었다. 팔봉산 임도에 나왔으니 덕산 임도에도 대왕나비가 나왔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그렇게 여러 마리가 발밑으로 내려와 곁을 맴돌며 걸음을 붙잡을 줄은 몰랐다.마치 함께 놀아 달라는 듯 쉽게 떠나지 않았다. 흑백알락나비는 여전히 까칠했고,홍점알락나비는 잠시 내려앉아 인사만 남기고 사라졌다.예쁘게 핀 꼬리조팝나무에는 바라던 대로 큰줄흰나비가 내려앉아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포인트를 옮긴 팔봉산 임도.큰줄흰나비에 팔이 치이고,발이 치이고,몇 백 마리가 아니라 몇 천 마리는 되어 보.. 더보기 막간의 시간 막간의 시간아무 생각 없이 바퀴는 팔봉산 임도를 달리고 있었다.늘 그렇듯 나만의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카메라와 양산을 챙겨 산초나무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주차한 바로 옆 누리장나무에 나비들이 바글거렸다. 큰줄흰나비, 왕자팔랑나비…. 그런데 팔랑거리지도 않고 꽃에 딱 붙어 있는 녀석 하나.'누구지?'이럴수가...푸른큰수리팔랑나비다. 누리장나무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혹시 날아갈까 마음은 바쁘고, 하늘은 흐려 셔터 속도도 여의치 않았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지만 푸른큰수리팔랑나비는 바보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산초나무에서는 여러 번 만났지만, 누리장나무에서 만난 모습은 처음이다.산초나무 쪽으로 가 보니 꽃이 아직 덜 피어 있었다. 주변 어딘가에 합다리나무.. 더보기 비를 예보한 날 가야산 원래는 오늘 쉬기로 했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예보되어 있어 망설임 끝에 쉬는 날을 금요일로 미루었다. 마침 금요일은 아버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날이라, 그날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보내기로 했다. 아침 출근길,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흰 구름은 바람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고, 가야산 자락에서는 구름이 춤을 추고 있었다. 잠시 아쉬움이 밀려왔다. 오늘 쉬는 날인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날씨가 좋지 않아 꽃밭에 머물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려 그냥 있기 아쉬워 개심사로 가는 버스를 탔다고 했다. 그런데 가야산 자락을 바라보니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출근해 보니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될 상황이라양해를 구한 뒤 곧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해미읍성에서 그녀를 만나 함께 가야.. 더보기 오랜 기억을 더듬다 늦은 오후, 가야산으로 향하던 길. 그녀가 문득 말했다. "오랜만에 당산에 한번 가볼까요?" 나비를 막 시작하던 무렵, 당산 공터에서 표범나비들과 한참을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젠가는 다시 가봐야지 했는데, 어느새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지만, 내 기억은 강렬했던 순간만 붙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공터에 도착해서야 그때의 풍경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차를 세우자 작은 부전나비들이 날아올랐다. 발밑에 퍼진 돌나물 군락을 보는 순간, 나비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먹부전나비구나.' 암먹부전나비는 콩과 식물을 먹어 비교적 흔하지만, 돌나물을 먹이식물로 삼는 먹부전나비는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비가 아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햇살을 받은 환삼덩굴 끝에서 짝을.. 더보기 이전 1 2 3 4 ··· 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