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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풍경

눈을 맞으며 해미읍성

 

눈이 내린다.

얼마 만에 만끽하는 제대로 된 눈 구경인가

마음은 산을 향하는데 영하 8도를 웃도는 강추위를 견디며

자신 있게 오를 수 있는 산이 떠오르지 않는다.

남들 보기에는 백두산도 거뜬하게 오를 것 같은 몸을 가지고

왜 산에만 오르면 그렇게 약해지는지

좋아하는 것과 자신 있는 것은 확연히 다르기에

산은 나에게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여유롭게 늦은 아침을 먹고

오후에 동네나 한 바퀴 돌아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약속 취소되었다고 해미읍성 가지 않겠냐는 야촌님 전화를 받았다.

어디든 걷고 싶었던 차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큰 도로는 제설작업이 되어 있지만

계속 눈이 내리면서 안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읍성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읍성 안에 비취 되어 있는 우산 하나씩을 챙겨

15년 전 추억을 소환하여 다시 곱씹으며 까르르 웃으며 걷는다.

세월이 흘러도 소녀감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짐들

아이젠도 챙기지 않았으면서 좋은 길을 놔두고 성 둑 위로 올라가서 걸을게 뭐람.^^

아래 길 따라 걷던 분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광경을 보고 나니

두려운 마음에 둑 밑으로 미끄럼 타듯이 내려와야 했다.

눈은 소리 없이 쉬지 않고 살포시 내려앉는다.

 

23. 12. 17(일) 야촌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