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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이야기

처음 만난 소백산 비로봉 칼바람을 제대로 맛보다.

 

 

 

2월 18일 목요일

날씨 : 구름 조금

 

 

 

여행의 후유증도 있고,

며칠 집을 비워 쌓인 일들도 많고

머리도 복잡하고

이래저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산행 전날 둘리 아우의 전화를 받았다.

예전에 소백산 가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나름대로 날씨를 보고 나의 시간을 체크 하며

적당한 기회를 노리고 있었나 보다.

 

꼼꼼하게 챙겨주는 아우 덕에 난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되지만

목요일 확실하게 쉬는 날이 될지 결정을 하지 못하는 애매한 날씨

그런 부분까지 이해를 하고 오후 1시까지 나의 결정을 기다려 준

아우의 배려가 너무 고맙다.

 

막상 따르기로 결정은 하였지만

지금 몸 상태가 말이 아닌데 겨울 칼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 비로봉에 내가 정말 오를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좋은 컨디션 유지한 상태로 산행을 한다면

걱정이 덜 될 텐데 새벽 2시에 행담도에서 만나 5시에 산행을 시작한다고 하니

초저녁잠이 없는 나에겐 고문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한잠도 자지 못하고 길을 나섰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4시 10분 풍기역 부근 나드리 식당에서 순대국밥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4시 48분 달밭골에 주차하고 산행 시작~

삼가주차장에서 시작하기로 했던 계획에서 2km 정도 거리가 줄어든 만큼 부담도 줄어 든다.

 

 

 

 

산행 시작한지 30분 경과

천천히 땀이 나지 않을 만큼 여유롭게 걸었다.

 

 

 

 

어둡고 한적한 저 길을

폭설특보가 내렸던 지역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건조한 산길

 

 

6시 14분 양반바위 도착

비로봉 1,2km를 남겨 놓고 있다.

 

 

 

 

6시52분

벌써 해가 떠오르려는 것인가....

 

 

 

드디어 비로봉 정상에 올랐다. 7시 35분

 

 

 

 

해는 중천에 떠 있고....

하늘은 뿌옇다.

 

 

 

 

말로만 들어왔던 비로봉 칼바람 맛을 제대로 맛보게 되었다.

살을 에는 바람 장난이 아니다.

숨 쉬기가 불편하여 긴 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예전에 남덕유산에서 느꼈던 증상과 비슷하다.

 

 

꽁꽁 얼굴을 감싸고 비로봉의 칼바람과 맞서 정신을 단련 시킨다.

 

 

 

 

 

비로봉 오르기 전까지는 상고대도 없고 바닥에 쌓은 눈만 보였을 뿐인데

이렇게 딴 세상이 펼쳐져 있을 줄이야...

 

 

 

 

일단은 좀 진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주목감시초소 안에 들어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비상으로 준비했던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따뜻한 물로 몸을 녹여 본다.

여전히  몸은 개떨듯 덜덜~~

카메라도 얼어 버려 액정이 보이지 않는다.

 

누나의 이런 약한 모습 처음 본다면서

힘들면 왔던길로 그냥 갈지 둘리가 제안을 한다.

 

비로봉 능선에서 맞보는 바람이 계속 이어진다면

생각을 바꿔야겠지만

바람과 맞서야 하는 능선이 길지 않다고 하니

계획대로 강행 하기로 하였다.

 

 

 

 

비로봉을 벚어 나니 거짓말 처럼 체온이 올라가면서

온 몸이 따뜻해지고

액정이 보이지 않던 카메라도 정상으로 돌아 온다.

 

 

 

소백산

이런 맛이었구나!

이게 바로 겨울산이야...

 

 

 

 

주목나무는 멋진 자연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었다.

 

 

 

눈꽃 터널이 계속 이어지고....

 

 

 

 

하늘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세상 부러울게 없는 이 순간

터질것 같았던 머릿속도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냥 막연히 가고싶다고 말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실천하게 되고 멋진 길을 걷게 되다니...

 

 

 

마치 꿈길을 걷는듯 황홀하다.

 

 

 

천동삼거리

백두대간 길을 지금 걷고 있는 것이다.

 

 

 

 

희방주차장까지는 7,4km 남았다.

 

 

 

비로봉 쪽을 돌아 보니 뿌옇게 시야를 덮고 있다.

 

 

 

 

멀리서 당겨 본 천동삼거리

 

 

 

다시 눈터널이 이어진다.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할 정도로 낮은 터널이다.

 

 

 

 

 

 

 

 

 

 

 

 

파란 하늘이 열리니 눈꽃은 더욱 하얗게 빛난다.

 

 

연리지

 

 

 

 

제1연화봉

연화봉 3.3km를 남겨 놓고 있다.

 

 

 

 

산행 내내 보이는 저 저수지가 궁금했는데

택시를 타고 희방사에서 달밭골로 이동하는 중에 저 저수지를 지나갔는데

금계호(삼가지)라고 써 있었다.

 

 

 

 

금계호를 배경으로 담아 본다.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저 끝에 희미하게 제2연화봉이 보인다.

 

 

 

산행 난이도는 보통

완만한 능선을 천천히 즐기면서 걷는다.

 

 

 

풍경을 살리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인꽃...^^

 

 

 

제1연화봉에서 내려오고...

 

 

 

걸어 온 길을 뒤돌아 보니

비로봉과 앞에 제1연와봉이 보인다.

 

 

 

 

누구의 마음 처럼 하얗다는데...^^

 

 

 

 

간간이 걸려 오는 전화

일도 하면서 산행도 즐기면서....

 

 

 

파란 마음

하얀 마음

 

 

마구 눌러대는 셔터 소리...

 

 

 

 

어쩌면 이리도 하얄 수 있을까...

 

 

 

눈에 마음에 사진에 담아도 또 담을 그릇을 찾게 되는 황홀한 풍경들...

 

 

 

오늘 하루 귀한 선물

정말 감사하다.

 

 

 

바람이 쓸고 간 자리엔

눈동산을 만들고....

 

 

 

어디를 봐도 온통 하얀 세상이다.

 

 

금계호를 당겨 본다.

 

 

 

 

구속 받지 않는 자유

얽매이지 않는 편안함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고

마음껏 여유를 부리자...

언제 다시 이런 길을 걸어 보겠는가

최대한 천천히 걷고

최대한 이 행복 누리자...

 

 

 

 

산행 스타일이 비슷하니

서로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1km만 가면 연화봉이다.

너무 일찍 하산 하게 될까봐 걱정을 한다.

더 천천히 머물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은

쉽게 올 수 없는 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걷고 있으면서도 그리워지는데....

 

 

 

동고비가 자꾸 자기도 봐달라고 한다.

 

 

 

 

연화봉이 바로 눈앞이다.

 

 

 

그냥 걸으면서 셔터를 눌러도 멋진 그림이 된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 연화봉에 올랐다.

 

 

연화봉 오르는 계단

 

 

 

 

연화봉 정상석은 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걸어 온 산줄기를 다시 복습해 보고....

 

 

 

 

멀리 한국천문연구원도 당겨 본다.

 

 

 

연화봉에서 당겨 본 제2연화봉

 

 

 

이제 희방주차장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

희방1주차장까지 3.7km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하산길

 

 

 

 

 

 

 

드디어 희방사가 보이고

희방사에서도 주차장까지 1km 정도는 더 걸어 내려갔던 것 같다.

산행 종료 시간 2시 36분

11km를 10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얼마나 여유롭게 그 길을 즐겼는지 보여주고 있다.

처음 만난 소백산은 다시 그리워지게 나를 유혹하였다.

철쭉 피는 봄이 되면 다시 그곳을 찾게 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다.^^

 

고맙다 소백산....

매서운 칼바람을 맞보게 해주고

황홀한 상고대 파란 하늘까지 선물하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오~

 

고맙다 둘리야...

항상 나를 인정해 주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 주고

같이 그 길을 걸어줘서...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