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남편과 함께 어리목 코스를 걸었는데
너무도 좋은 날씨 예쁜 풍경에 반하여
올해는 정상코스를 한번 도전해 보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일이 생겨 같이 동행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올해는 꼭 정상 코스를 걸어보고 싶었는데 혼자는 자신이 없고,
좀 무리다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촌님과 둘리 동생에게 미끼를 던졌더니
너무 감사하게도 덥썩 입질을 받는다.
나는 2일 미리 제주에 도착하여 5일 공항으로 마중가기로 하였다.
5일 7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미리 예약한 한화리조트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6일날도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산행할 계획이다.
한화리조트에서 일행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
뿔소라, 방어회, 해초무침등...
어설픈 살림꾼이다 보니
이 상을 준비 하는데 세번을 들락거려야 했다.^^
너무 많이 준비했나?^^
먹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버렸다.
한라산 정상에 오를 생각에 잠도 오지 않는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산행을 시작한다.
6시에 입산해제가 되면 바로 산행을 시작하기로 계획을 했었는데
5시 20분에 일어나서 아침 먹고 하산할 곳에 차를 갖다 놓고 하다 보니
6시 52분에 산행을 시작.
나들이 기준 기록을 보면
19.6km를 10시간 20분 소요
12시간을 예상하였는데 이 정도면 보통 산꾼들 만큼은 걸었다고 할 수가 있다.
산행 시작 40분 이상을 걷고 있다.
랜턴을 준비했지만 사용하지 않는 상태
.
겨우살이 찍으려고 렌즈를 18-200 으로 바꿔끼고
빨간 열매 유혹에 한참 매달렸다.
아침 햇살을 받은 삼나무 숲길이 참 예쁘다.
사라오름앞에서 잠시 고민.
일행중 등대님은 먼저 달려 보이지도 않고,
둘리님과 시나브로님은 사라오름 들렸다 가자고 하는데
걸음이 자꾸 느려지다 보니 망설여지긴 했지만
언제 이 길을 걸어볼지도 장담할 수가 없기에
상고대 만발한 사라오름을 향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어떻게 그려야 할까...
사라오름도 거치지 않고 뭐가 그리 급한지 달려간 등대님 땜에
부지런히 진달래 대피소를 향해 걷는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등대님
진달래 대피소 도착 시간 10시 40분
라면과 빵으로 힘을 보충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
든든한 산꾼 그대들이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 길....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유로움~
산악회를 따라가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여유로움이 없기 때문이다.
급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모든 것 내려놓고
이렇게 여유를 만끽하니 얼마나 좋은가....
정상이 눈앞인데
몇발작 걸으면 숨이 차다.
무슨 좋은 일을 그리 많이 하였다고
하늘이 우리에게 이런 복을 안겨주는가....
드디어 정상이다.
1시 20분 정상에 도착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우리나라 최고봉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백록담.
나에게 박수를~~~~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멋진 풍경 앞에 뭐라 할 말을 잃게 된다.
꿈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워 지더라.
어제 울상이던 하늘이
우리가 온다고 이렇게 와락~~ 안아주다니....
엄니가 생각난다.
저 나무 정상석에서 당당하게 사진을 찍으셨던 울 엄니
만 77세의 연세에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신 장하신 울 엄니.
엄니 딸도 이 곳에 서 있네요.^^
스마트폰을 사용하신다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리고 싶은데....
1시 30분에 하산해야 한다는 방송이 흘러 나온다.
"나 안갈래요!"
정말 내려가고 싶지 않은데
언제 다시 이곳에 설 수 있을까....
관음사로 내려가는 그 길은
눈꽃이 환상이다.
관음사 하산길 (현수교)출렁다리에서 올려다 보이는 저 바위가 왕관릉인가?
산악구조팀들 특수 훈련중
산길이 아닌 저 험한 길을 오르고 있다.
배낭의 무게 보기만 해도 두렵다.
여성분들도 많이 보인다.
저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파른 관음사 코스를 오르고 있는 저분들의 체력은....
삼각봉 대피소
도착시간 3시 38분
먼저 내려간 등대님 때문에 서둘러 하산한다.
야촌님을 앞장세워 신나게 내려간다.
관음사 하산길이 지루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 각오 해서 그런지
그렇게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었고,
역으로 만나는 산악구조팀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렇게 달리다 보니 벌써 하산 종료다.
관음사에 도착하니 등대님은 2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고 한다.
천천히 걷지 못하는 것도 병이고,
너무 천천히 걷는 것도 병이다.^^
너무도 행복했던 하루
10시간 20분의 산행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꽃이 많고 나비가 많은 계절에 다시 도전해 보련다.
천왕봉에 이어 한라산 정상 코스도 올랐으니 마지막 숙제가 남았다.
설악산 대청봉이다.
그러고 나면 정말 산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천천히 내 수준에 맞게 걸어갈 것이다.
오늘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은
멋진 동행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누나들을 많이 배려해준 동생들이 있었기에 힘들지 않게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초코렛을 손수 까서 입에 넣어주는 자상함까지..
내가 던진 미끼 망설임 없이 덥썩 물어 준
야촌님과 둘리동생 너무 감사하고,
다음에 준비한 미끼도 덥썩 물어주시길~~^^
2월 6일 야촌님과 둘리동생 그 일행 2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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