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3일 목 맑음
코스 : 중산리 - 칼바위 - 망바위 - 로타리대피소 - 법계사 - 개선문 - 천왕봉 -
통천문 - 제석봉 - 장터목대피소 - 유암폭포 -칼바위- 중산리
동행 : 야촌님, 덩순이님, 둘리님과 함께~
천왕봉
내가 감히 그곳에 오를 수 있을까?
꿈조차 꿀 수 없었던 곳
지리산 반야봉을 오르고 나서 천왕봉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당일코스로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중산리 코스를 택했고,
정보 탐색에 들어 간다.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산행기를 보면 9시간 걸렸다는 분들도 있고,
7시간 걸렸다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장 느린 걸음으로 계산하여 10시간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산길을 함께 걸었던 덩순이님도 오랜만에 동참하게 되어 너무 반가운데
둘리 동생도 함께 라서 더욱 든든하고 마음에 여유도 생긴다.
걱정반
설렘반
새벽 3시 10분 서산 출발 중산리 주차장 6시 10분 도착
새벽 공기가 겨울 날씨를 연상케 한다.
주차장에 돛자리를 깔고 간단한 아침 도시락을 먹고
여유롭게 커피 타임도 갖고
7시 10분 산행을 시작했다.
자~ 출발이다.
저 높은 천왕봉을 향해 천천히 올라 보자.
얼마나 많은 산길을 함께 걸었던가
호흡이 잘 맞는 삼총사 다시 뭉쳤으니
천왕봉이 반갑게 맞아주지 않겠는가...
'통천문'
하늘과 통하는 문이 열렸다.
7시 10분
상쾌한 새벽공기 발걸음도 사뿐사뿐~
주차장에서 칼바위까지는 그저 완만한 오름길이라 걸을만 하였다.
칼바위
칼날처럼 뾰족하고 날카롭다.
이름을 모르고 저 바위를 만난다면 무슨 바위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느리면 어떠한가
다른 사람들이 빨리 걷는다고 그 보폭에 굳이 맞춰서 걸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천천히 가자.
출렁다리
햇살에 반짝이는 단풍나무도
파란 하늘 향해 수줍게 얼굴 붉힌 단풍나무도
가을을 노래하며
내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가을빛에 취한 강아지 바위(?)
파란 하늘 붉고 노란 단풍
아름다운 어울림이 멋진 그림을 완성한다.
그리움이 얼마나 간절하면
이토록 아름다운 피빛으로 물들었는가
바라 보는 내 마음도 울렁거린다.
천왕봉 3km 를 남겨 놓고 있다.
옥양봉 한번 반 오른다고 생각하자.
망바위
저 위에 올라가 바위틈으로 망을 보는 것인가...^^
아직 갈길이 멀기 때문에 나의 체력은 장담할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저런곳쯤은 거뜬하게 올랐을텐데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참기로 했다.
대신 둘리보고 올라보라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바위 위로 올라 온갖 포즈를 다 취한다.
야촌님도 이에 질세라 낑낑 거리며 오르더니...^^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인가.
너럭바위
세상 시름 다 내려 놓고 편하게 쉬어가세.
천천히 간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는데
뭐가 급하다고 달려 가겠는가...
철푸덕 앉아서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느려도 느려도 너무 느린 거북이들이 모였다.^^
로타리대피소
간단한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출발한다.
가을 단풍잎은
곧 떨어질 것을 알기에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저리 고운 빛깔을 만드는 것인지도
나의 가을
내 인생의 가을
나도 저리 고운 빛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뛰어^^
찍히는 사람도
찍어주는 사람도
가을 빛에 물들어 간다.
저기 천왕봉이 보이고
아래는 석모도 해명산에서 만났던 눈썹바위와 비슷하다.
'저기가 천왕봉'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
자... 힘내고 다시 출발.
개선문 통과~
어느 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극기 훈련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힘드니까 싫다는 내색을 서슴없이 쏟아 내는데
어느 학교인지 모르지만 참으로 멋쟁이 선생님들이란 생각이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에도 이런 추억 하나쯤 있었다면 평생 고마워 했을텐데.....
저 학생들이 30년 후에 오늘의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워 하고 고마워 하게 되겠지.
300m 앞에 천왕봉이 보인다.
가파른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지만 거뜬하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서두르지 않기...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오르는거야.
저 위에 빨간옷 입은 학생이 다리에 쥐가 났다.
만약을 대비하여 준비한 아스피린을 건네주고 혀로 살살 녹여서 먹으라고 알려줬다.
산길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몇 년전 속리산 종주하면서
여러번 쥐가 나서 고생한 적이 있다.
그때 도움을 줬던 그분을 잊지 못한다.
저 학생도 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ㅎㅎ
와~
눈물이 나려고 한다.
바로 눈앞에 천왕봉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발 아래 구름이 보인다.
조금만 더 힘을 내는 거야.
내려다 보는 세상
평일인데도 천왕봉 정상에는 사람들로 붐벼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 본다.
사자가 누운것 같은 형상을 한 바위 저 멀리 보이고...
뭉실물실 피어나는 구름은 발 아래서 넘실 거린다.
여기가 천국인가.
여기가 천왕봉인가
하늘아래 제일 높은 봉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봉
1,915m
정상에 향순님과 먼저 도착하여 야촌님과 둘리를 기다린다.
저기 올라서는 모습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환영합니다.
천왕봉에 오신것을 축하합니다.
내가 선 이곳이 어디던가...
너무 좋은데 마음은 숙연해 진다.
왜 일까?
넋을 잃은 표정이다.ㅎ
딸에게 자랑하는 향순님
천왕봉
드디어 꿈에서라도 오르고 싶었던 천왕봉에 올랐다.
이 벅찬 가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우리 민족의 영산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이 되다!'
둘리야!
담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ㅎ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
보고 또 봐도 아름다운 이곳을 두고 내려가야 하다니...
시작을 두려워 하지 말자.
이렇게 시작하면 되는 거야.
하늘이 바로 여기구나...
우리가 구름 위에 있으니
계속 순회 하는 헬기 구름 위에 멋지다.
저 여인 손이 닿을려나?^^
셋이 기념 컷
12시쯤에 천왕봉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2시간이나 초과하여 2시에 천왕봉에 올라
1시간 이상을 머물다가 내려왔다.
자꾸 아쉬움에 뒤를 돌아 보게 되지만
갈길이 너무 멀다.
이제부터는 걸음을 재촉해야 하는데
끝없는 돌계단 하산길도 만만치가 않다.
재석봉에서 당겨 본 문창대
재석봉에서 내려오니 중산리 5,3km 남았다.
언제 내려가지...
고사목 군락지도 지나고
유암폭포
쉬어갈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느려도 너무 느린 타고난 거북이들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가 않은데...ㅎ
예쁜 돌탑길을 지나고
서서히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장하다.
보통 산꾼들은 7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는 코스를
12시간이나 걸렸으니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견딜만 했고,
그래서 더 많이 만끽하고 즐길 수 있었다.
다시 또 그곳에 오를 수 있을지....
어쩌면... 희미한 희망 한 조각 남겨 본다.
함께 동행 해준 야촌님, 덩순이님, 둘리님 너무 감사하고
님들이 있었기에 그 멋진 천왕봉에 오를 수 있었답니다.
다음엔 대청봉을 향하여 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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